2020년 5월 11일(월) - 생애 첫 주식, stx조선해양
한때 한국이 조선업에서 1위를 찍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까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대형우량주로 인식되던 산업 중에는 조선주가 꼭 포함되었다. 그러했던 우량한 조선업종 1위기업에는 현대중공업이 있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주는 정말 잘나갔다.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대우조선 등등 실적도 굉장히 좋았으며, 조선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도 엄청났었다. 당연히 주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때 당시 대부분의 조선주들은 저점에서 10~20배이상 뛴 우량주들이 되어있었다.
다들 우량주는 사놓고 두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었고, 게다가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굉장히 경쟁력이 있는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이었기에 나느 우량한 조선주를 하나 사두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대략 10년 전 주식 초짜였던 내가 처음으로 내 손으로 STX조선해양이라는 주식을 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허접한 관점이었지만, 당시 초짜였던 나에게는 나름대로 나만의 기준에 충족했다고 판단하여 STX조선해양을 선택했다.
그 이유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분야가 조선업종이며, 당시 재무상으로도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고 봤다. 그리고 여러 증권사, 언론 등에서 나와서 조선업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내용이 많아 미래가 밝아보였다. 원래는 조선업 1등기업인 현대중공업을 사고 싶었으나, 당시에는 1주당 50만원이 넘는 황제주식이었기에, 1주도 못사는 자금으로는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그 돈으로 10주 넘게 살 수 있는 STX조선해양이 좋다고 봤다. 다른 매수 근거 따위는 없이 그게 끝이었으며, 결국 문제가 되고 말았다.
현 KB증권의 전신인 현대증권의 증권사 HTS를 통해 1주당 32000원의 가격에 10주를 매수를 넣었다. 매수직후 내가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어떻게 될지 계속 조마조마했었다. 차트는 상승세를 넘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꼭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증권 채널에서는 stx조선해양의 목표가를 5만원 정도로 잡으며, 앞으로 추가상승이 더 기대된다는 연일 좋은 말만 했다. 매수 후 2주 정도 지나서 3만5천원을 찍고 수익률이 10% 약간 못 미치는 정도가 되었다. 증권사의 전망처럼 쭉쭉 상승가도를 타며 5만원까지 가겠다는 설렘을 가득 안은채 더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런 나의 기대와는 달리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떨어졌고 증권 채널에서도 나와 같은 stx조선해양 주주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애널리스트들은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조정이 온 것이라며 안심시키며, 손절가를 알려주었으나, 그럴 일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만약 그 손절가 부근에 오면 차라리 더 추가매수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쳤으며, 불안해진 나는 결국 2만 5천원에 10주 모두를 손절하고 말았다. 나의 첫 주식투자는 총 35만원 가량을 투자해서 그렇게 10만원을 잃었다.
지금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겠지만 10년 전의 나에겐 첫 투자였으며, 나의 유일한 여윳돈이었는데 한순간에 10만원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한동안 우울해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당분간 절대로 주식을 쳐다도 안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나중에 시간이 지나며 차근차근 재무제표, 차트, 업황, 뉴스, 공시 등을 보는 법을 배워가며 투자하는 방식을 몸으로 체득해나갔고,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여유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후 stx그룹이 공중분해된다는 뉴스를 갑작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그 뉴스가 터진지 얼마 안가서 stx조선해양은 대규모 주식 감자발표를 냈다. 그마저도 결국 얼마 못버티고 동전주가 되어 상장폐지 수순까지 밟으며 지금은 증권사 창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위는 당시의 STX조선해양의 상장폐지 뉴스였다. 그 때 뉴스를 처음 접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다.
만약에 그 당시에 계속 stx조선해양에 대한 근거없는 신뢰와 고집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곤 한다. 지금으로 치자면 35만원으로 적은 금액이긴 하겠지만, 아예 사라져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당시에 약 30%의 손실을 보며 첫 주식투자를 손절로 결말을 낸 선택이 결국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본다.
이 일을 계기로 절대 우량주, 대형주는 망하지 않으며 폭락하더라도 언젠가는 자기의 가치를 되찾아간다는 말은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에 잘나갔던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대우건설 등등 중에서 몇몇은 살아남아 오히려 더 가치가 상승한 기업도 있지만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그 당시의 가치보다 3분의1, 4분의 1이 된 안타까운 기업들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조그마한 중소기업들이 조금씩 성장하여 시가총액 10위권을 위협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도 있는데 그 기업들은 원래부터 우량주, 대형주는 아니었다. 어떤 기업이든 상승과 하락기가 있기에 무조건 덩치가 크고 유명한 회사라고 투자하는 것도 위험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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